요즘 디즈니+에서 하는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 2를 4화까지 아주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습니다. 1970년대 격동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들의 수싸움과 권력 암투가 어찌나 팽팽한지, 한 회 한 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됩니다.
시즌 1 때는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장건영 검사를 응원하며 봤는데, 시즌 2로 넘어오면서 인물들의 관계가 꼬이고 상황이 뒤집히는 판세가 정말 기가 막힙니다. 징역살이를 겪고 나와 거대한 권력에 붙어버린 장검사나, 중앙정보부의 힘이 빠져 벼랑 끝에 몰린 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 백기태나, 보고 있으면 참 묘한 몰입감이 듭니다.
선과 악이 아니라, 다들 살겠다고 치받는 판
이 드라마가 유독 흥미로운 건, 뻔한 권선징악이나 착한 놈 나쁜 놈의 이분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그냥 전부 다 '제 밥그릇과 자리, 그리고 제 가족을 지키겠다고 피투성이가 되어 치받는 인간들'입니다.
어떻게든 권력의 실세인 황대식을 먼저 쳐내고 살아남아야 하는 백기태와 천실장의 숨 막히는 작전을 보면서, 불현듯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저 시대극 속 거창한 권력 싸움이, 사실 지금 우리가 매일 치러내고 있는 현실의 생존 게임과 너무나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람 사는 판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위치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내 사람들을 먹여 살리겠다고 온갖 수를 쓰고 땀을 흘리며 부딪히는 것이지요.
저 치열함이 남일 같지 않은 이유
드라마 속 인물들의 그 처절한 몸부림을 보면서 문득 제 상황을 겹쳐보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적지 않은 나이에 안락했던 이전 직장을 정리하고 나와, 다음 커리어를 위해 새로운 자격을 준비하고 단기 현장 일부터 뛰며 새로운 판을 짜고 있는 중이니까요.
남들이 보면 사서 고생한다고 할지 몰라도, 가만히 주저앉아 미래를 갉아먹는 것보다 내 발로 딛고 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보겠다는 일종의 승부수입니다. 어디 저뿐이겠습니까. 매일 아침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는 수많은 직장인들, 밤늦게까지 가게 불을 켜두는 자영업자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이력서를 고쳐 쓰는 수많은 현대인들이 다 똑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다들 저마다의 링 위에서, 내 몫의 자리를 지키고 내 가족을 건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매일매일 악착같이 치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 드라마 속 백기태의 고군분투가 단순한 악당의 발버둥이 아니라, 왠지 모르게 남일 같지 않게 다가왔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다음 화가 더 기다려진다
결국 이 드라마가 이토록 쫄깃하고 몰입도가 높은 이유는, 1970년대라는 거친 시대를 빌려왔을 뿐 본질적으로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제 몫을 해내려는 인간들의 적나라한 분투기'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우 4화까지 달렸을 뿐인데 벌써부터 다음 회차가 몹시 기다려집니다. 과연 백기태는 그 서슬 퍼런 신군부의 칼날 앞에서 어떤 기가 막힌 수싸움으로 살아남을지, 또 장검사는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화면 속 그들이 제 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몸으로 부딪히듯, 저 역시 제가 마주한 현실의 판에서 또 치열하고 씩씩하게 부딪혀볼 생각입니다. 드라마 속 그들도, 오늘 하루를 묵묵히 버텨낸 우리 모든 현대인들도,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멋지게 살아남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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