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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게으른 게 아니다: 3초를 미루면 벌어지는 일

살면서 내 손으로 쓰레기 트럭을 채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 군생활을 산업기능요원으로 지방의 한 제조업 공장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아파트 한 채를 빌려 또래 한국인 동료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함께 생활하던 곳이었습니다.

매일 고된 노동과 밤늦은 야근이 이어졌습니다. 녹초가 되어 돌아오는 길이면 늘 편의점에 들러 빵이나 과자, 컵라면 같은 간단한 먹거리를 사 들고 와 허기진 배를 채우곤 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몸이 너무 피곤하니 먹고 난 껍데기를 쓰레기통에 넣거나 싱크대에 가져다 두는 사소한 일조차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내일 치워야지", "주말에 몰아서 정리해야지" 하며 방구석에 밀어두기 시작했습니다.

그 '나중에'가 쌓이자 벌어진 일은 참혹했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집안 구석구석에 빈 봉지와 캔이 나뒹굴었고, 악취가 풍기기 시작하더니 바퀴벌레까지 나타났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만큼 집은 삽시간에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는 '쓰레기집'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너희들, 왜 집이 이 지경이 됐는지 아나?"

어느 날 예고 없이 기숙사를 방문하신 회사 부장님이 그 광경을 목격하셨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기겁하신 부장님은 기숙사 인원 전원을 집합시켜 불호령을 내리셨습니다.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는 환경이었고, 방치했다가는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날 우리는 하루 종일 트럭에 쓰레기를 몇 번이나 실어 나르며 대청소를 했습니다. 묵혀두었던 이불과 수건, 빨랫감까지 전부 꺼내 빨며 온몸이 땀으로 젖었습니다. 청소가 대강 마무리되었을 때, 땀을 닦던 부장님이 우리를 둘러보며 물으셨습니다.

"왜 집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다들 생각해 봐라.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혼이 난 동료들이 저마다 변명 섞인 대답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는 밤에 간식 절대 안 사 먹겠습니다."
부장님은 혀를 차셨습니다. "배고프면 간식 먹을 수 있지. 먹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잖아."

"앞으로는 깨끗하게 치우겠습니다."
"치우는 건 당연한 거지, 그게 이 지경이 된 원인은 아니지."

"야근하고 들어오면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치울 수가 없었습니다."
"피곤하다고 사람이 쓰레기더미 속에서 자는 게 말이 되니?"

모두의 대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던 부장님의 시선이 내게 닿았습니다. 잠시 생각하다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치워야 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자꾸 다음으로 미루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제야 부장님이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다 먹고 바로 쓰레기통에 넣었으면 1초면 끝났을 일이야. 쓰자마자 제자리에 두면 따로 날 잡아서 대청소를 할 이유가 없어. '나중에 해야지, 내일 해야지' 하고 미루니까 결국 손댈 엄두조차 나지 않는 거대한 산이 되어버리잖아."

게으름은 거창한 성격 결함이 아닙니다

그날의 대화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미루고 게으름을 피우는 자신을 보며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태생이 게으른 사람인가 보다"라며 스스로를 탓하고 자책합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누구도 기숙사를 쓰레기장으로 만들겠다는 거창한 악의나 계획을 품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저 '빈 봉지를 휴지통에 넣는 3초의 행동'을 다음으로 넘겼을 뿐입니다. 그 3초짜리 미룸이 서른 번 모이면 손댈 수 없는 재앙이 되고, 그때부터는 뇌가 압도당해 무기력에 빠지게 됩니다.

마음의 짐도, 일상의 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할 일 목록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쌓여 무기력해질 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새해 결심이나 굳은 결단력이 아닙니다. 그저 지금 당장 내 손닿는 곳에 있는 5초짜리 행동 하나를 즉시 처리하는 것입니다.

다 마신 컵을 바로 물로 헹구는 일, 벗어둔 옷을 옷걸이에 바로 거는 일, 미뤄둔 짧은 답장을 지금 보내는 일. 그 사소하고 즉각적인 실천 하나가 나중에 치러야 할 거대한 에너지의 낭비를 막아주고, 내 일상을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건강한 자존감을 지켜줍니다.

오늘 하루 유난히 무기력하고 게으름이 나를 짓누른다면, 스스로를 탓하기 전에 주변을 한번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지금 즉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5초짜리 작은 행동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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